2019-01-31

Brandon

실리콘 밸리 무료 코딩학교 42 Silicon Valley 이야기 #8

나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짤렸다

실리콘밸리 42에 지원했을 당시, 나는 온라인 교육회사에서 약 1년째 일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과 큰 차이 없는 페이를 받으며, 꽤 다양한 일을 해냈다.

3개월간 그 급여로 일한 뒤 협상하자고 했었는데, 정작 3개월이 지나자 마음대로 50센트를 올려주시더라. 분명 "협상"이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나는 코딩 부트캠프를 가기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유튜브·SNS 마케팅, 웹사이트 제작·관리 등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연락을 드렸더니 인터뷰를 보자고 하셨고, 그렇게 일하게 되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70마일. 트래픽 때문에 돌아서 가면 80마일이 넘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쳤었다. 나중에 사장님이 근처에서 지내라고 4\~5개월 정도 500달러씩 별도로 주시긴 했다.

회사는 사장님 혼자 시작한,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던 진짜 스타트업이었다.

나는 웹사이트 디자인, 제작, 관리(Wix 사용), 이메일 세팅, 마케팅, 영상 편집, 포토샵 등등을 도맡았다. 반복적인 이메일 작업은 내가 취미로 배운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매크로를 만들어 자동화했다. 몇 시간 걸릴 일을 몇 분 만에 끝내곤 했다.

그땐 월급 좀 더 달라고 했어야 했다...

예전에 유튜브에 애드센스를 달아보겠다고 프리미어 프로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게 꽤 도움이 되었다. 포토샵도 셀카 보정하려고 배웠던 게 이런 식으로 쓸 줄은 몰랐다. 블로그·웹사이트로 수익을 내보겠다고 구글링하며 배운 마케팅 노하우들도 유용하게 쓰였다.

솔직히 말해서, 당시 나는 이 회사에 정말 유능한 직원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퇴사할 때쯤에는 사모님과 또 다른 직원을 한 명 더 뽑았는데, 내가 하던 일을 그 세 명이 하루 8시간씩 나눠서 해야 했다. 차라리 그 두 명 월급을 나한테 줬으면, 아마 아직도 실리콘밸리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문제의 웹사이트

사실, 사장님은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모 업체에 워드프레스로 된 웹사이트 제작을 의뢰한 상태였다. 의뢰한 지 3\~4개월이 지나도 진전이 없자, 사장님은 나에게 매일같이 그 업체에 연락해 압박을 넣으라고 했다.

그렇게 34개월 후, 결국 웹사이트를 받았다. 약 34천 달러를 들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결과물은...
워드프레스를 호스팅 서버에 설치하고, 테마만 올려놓은 수준이었다.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매번 "그건 안 됩니다", "추가 비용이 필요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제가 직접 해볼게요."

그렇게 워드프레스를 독학하며 두 달간 웹사이트를 전부 갈아엎었다. "안 된다"던 것들이 다 되더라. 그 덕분에 나는 워드프레스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구조 문제와 리뉴얼

우리 사이트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해당 영상을 녹화하여 특정 회원에게만 다시보기 기능을 제공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제작업체는 교육용에 어울리지 않는 테마를 적용해놨고,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플러그인도 잔뜩 필요했다.

강사가 추가되거나 영상이 업로드되거나 새로운 수업이 개설될 때마다 세팅하는 데 2\~4시간씩 걸렸다. 디자인도 매우 복잡하고 정돈되지 못했다.

이걸 인수인계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내가 설명해도 자꾸 실수하고, 반복되었다.

그래서 42 실리콘밸리에 입소하기 한 달 전, 사장님께 새 웹사이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한 달간, 나는 혼자 웹사이트를 새로 만들며 하얗게 불태웠다.

그 결과, 2\~4시간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30분 안에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짤렸다.

모든 인수인계를 마치고, 42 실리콘밸리의 Piscine C를 한 달 동안 다녀왔다.
합격 통보를 받고 11월 30일 입소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3\~4개월은 여유가 있어서 그동안 일하면서 돈을 모을 계획이었다.

합격을 알린 후, 사장님이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난 "월급 협상하려는 건가?" 하며 들떴다.
하지만...

사장님: 웹사이트는 다 끝난 건가요? 더 손볼 건 없나요?
: 네, 거의 다 끝났습니다. 약간의 디자인 수정 정도만 남았어요.
사장님: 그럼 내일부터는 안 나오셔도 될 것 같아요.
: !?!?!?!?!?

그렇게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물론 이후에 시간당 페이를 올려 프리랜서 형식으로 웹사이트 관련 요청을 받을 순 있었지만, 월 10시간도 안 될 만큼 일이 적었다.

사모님이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있지만 업데이트나 작업이 필요할 땐 항상 나에게 연락이 온다. 그러면서도 내 시간을 가능한 적게 쓰려 하신다.


마무리하며

이런 상황에서 문득 떠오른 책이 있다.

《나는 이렇게 실리콘밸리에 갔다》
책 이미지

아마 이 글을 보는 분이라면, 코딩에 관심이 있으실 테니 이 책의 제목만큼은 꼭 기억하셨으면 한다.

이게 바로 내가 어떻게 짤렸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도 덕분에 웹사이트를 만들어 약간의 수익을 낼 수 있었고, 42 실리콘밸리에 와서도 소소하게 용돈벌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음 글 예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42 실리콘밸리 Cadet 1일차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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